마블과 DC의 반듯하고 정의로운 슈퍼히어로들이 극장가를 점령하기 전, 2008년에 이미 히어로 장르의 클리셰를 완벽하게 비틀어버린 독특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윌 스미스,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영화 <핸콕(Hancock)>입니다.
엄청난 초능력을 가졌지만 대중들에게는 ‘민폐 덩어리’로 낙인찍힌 삐딱한 영웅이 한 PR 전문가를 만나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인데요. 단순한 코미디 액션물인 줄 알았다가 후반부의 묵직한 반전에 여운까지 남았던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와 솔직한 감상평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정의감 제로, 역대급 ‘민폐’ 안티 히어로의 등장
영화 초반부 핸콕(윌 스미스)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술에 찌들어 길거리 벤치에서 잠을 자고, 범죄자를 잡겠다며 도심의 빌딩과 도로를 무참히 박살 냅니다. 시민들을 구해주고도 돌아오는 것은 환호가 아닌 엄청난 재산 피해에 대한 비난과 쌍욕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핸콕은 기차에 치일 뻔한 PR 전문가 ‘레이(제이슨 베이트먼)’의 목숨을 구해줍니다. 레이는 시민들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핸콕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제안을 합니다. 바로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서 시민들이 당신을 그리워하게 만들자”는 것이었죠. 초인적인 힘을 가진 영웅이 대중의 여론을 신경 쓰며 ‘이미지 메이킹’과 ‘마케팅’을 받는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고 현실적인 웃음을 자아냅니다.
2. 윌 스미스의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
이 영화를 멱살 쥐고 하드캐리하는 것은 단연 윌 스미스의 독보적인 연기력입니다. 만사가 귀찮고 틱틱거리는 불량스러운 태도 속에, 사실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런 능력을 가졌는지 모른 채 수십 년을 홀로 살아온 자의 짙은 고독함이 깔려 있습니다.
감옥에서 분노 조절을 배우며 억지로 “참 잘했어요(Good job)”라고 칭찬하는 연습을 하는 장면이나, 마침내 폼나는 가죽 슈트를 차려입고 범죄 현장에 나타나 서툴게 사람들을 구출하는 장면은 윌 스미스 특유의 쾌활한 매력이 100% 발휘된 명장면들입니다. 까칠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츤데레 영웅의 탄생을 완벽하게 설득해 냅니다.

3. 장르를 뒤바꾸는 중반부의 충격적인 반전 (스포일러 주의)
<핸콕>은 레이의 아내인 ‘메리(샤를리즈 테론)’의 비밀이 밝혀지는 중반부를 기점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뀝니다. 알고 보니 메리 역시 핸콕과 같은 불사의 초능력자였고, 심지어 두 사람은 과거 부부 사이였음이 드러납니다.
이들의 설정에는 아주 비극적인 운명이 숨겨져 있습니다. 두 사람은 신이 짝지어준 불멸의 존재들이지만, 서로 가까이 있을수록 초능력을 잃고 평범한 인간처럼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상대를 살리고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원히 떨어져 고독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비극적 로맨스’ 서사가 더해집니다.
전반부의 유쾌한 팝콘 무비 톤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장르 변경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저는 오히려 이 신화적인 비극 설정 덕분에 핸콕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외로움이 깊이 있게 와닿았습니다.
4. 감상 총평: 불완전해서 더 정이 가는 영웅의 이면
영화 <핸콕>은 완벽 무결한 신적인 영웅보다, 상처받고 비틀거리며 성장하는 불완전한 인간적인 영웅에게 우리가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통쾌한 액션과 유쾌한 코미디로 시작해, 사랑과 희생이라는 묵직한 드라마로 끝맺음하는 꽤나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시원한 타격감의 액션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 혹은 윌 스미스와 샤를리즈 테론의 환상적인 비주얼 합을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주말 킬링타임용으로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